2010년 2월 21일 일요일

맞춤법 이야기 - '핵심을 집다.'와 '핵심을 짚다.'

필자는 글을 쓸 때 맞춤법에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다.
그 이유는 맞춤법이 틀린 글은 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설득하는 글이라면 설득력이 떨어지고, 설명하는 글이라면 그 설명에 의심을 품게 되며, 주장하는 글이라면 그 주장의 수준이 낮아 보인다. 괜한 편견이라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런 것에 신경 쓰다니 쪼잔하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테지만 맞춤법 잘 맞춰서 나쁠 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정말로 헷갈렸던 맞춤법 문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핵심을 짚다.'

'핵심을 집다.'

자, 과연 어떤 표현이 올바른 표현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자.
그리고 이 글도 한번 보자.

<질문>
'짚다'와 '집다'의 국어대사전 뜻과 예문을 보아도 제가 다루는 문장에
어떤 것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짚다 : 여럿 중에 하나를 꼭 집어 가리키다. (예: 시험 문제를 짚어 주었는데도 성적이 좋지 않다.)
집다 : 지적하여 가리키다. (예: 그는 여러 용의자 가운데 한 사람을 범인으로 집었다.)

제가 쓰고자 하는 문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이 문제에 관해 특별히 집어서 문의했다."

집어서가 맞나요, 아니면 짚어서가 맞나요?


<답변>
의미만으로 본다면, ‘여럿 중에 하나를 꼭 집어 가리키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짚다’나, ‘지적하여 가리키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집다’를 모두 쓸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제시하신 문장의 문형(文型)을 고려할 때, ‘무엇이 무엇을 무엇으로 집다/무엇이 무엇을 무엇이라고 집다’와 같은 문형으로 쓰이는 ‘집다’보다는, ‘무엇이 무엇을 짚다’와 같은 문형으로 쓰이는 ‘짚다’를 쓰는 것이 알맞겠습니다.

<출처: 국립국어원>
[출처] '집다'와 '짚다' (한국어교원양성과정)


이 글을 보면 '핵심을 집다.'도 '핵심을 짚다.'도 틀린 표현은 아니다. 문맥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써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핵심을 짚다.'가 옳은 표현이다.

갑작스럽지만, 딴소리를 좀 하겠다. (중요한 거라서)
나도 정확하게 100% 내 말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자식 그렇게까지 확신에 찬 말투로 단언했으면서!'라고 한다면 할 말 없다. '나도 모르게 그만..'이라는 변명을 해본다.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할 이야기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동생과 머리를 맞대며 열심히 생각한 결과다.

앞서 말했지만, 결과적으론 '핵심을 짚다.'가 좀 더 옳은 표현이다. (정말 다행인 게 나는 평생 '짚다'인 줄 알고 썼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 사실은 집다 아니야?'라는 생각에 불안했다.)

동생과 내가 생각한 것은 '집다.'는 실존하는 물체에 관해서 주로 쓰는 표현이라 '짚다.'와는 다르다. 사실 이건 잘 생각해보면 개소리고 이제부터 할 말이 진지한 이야기다. (혼란을 줘서 미안하다. 사실 이런 포스팅을 하는 나도 계속 헷갈린다!)

'핵심을 짚다 또는 집다.'라는 표현은 근본적으론 뜻이 '여러 가지 사실 중에서 중요한 사실을 골라내다.'라는 뜻일 것이다. (단언은 하지 않겠다.)'집다.'는 몰랐던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고, '짚다.'는 여러 사실 중 하나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제야 말이 되는구먼!)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핵심을 짚다.'라는 표현이 좀 더 적합함을 알 수가 있다.


p.s. 왠지 아닌 거 같아.. 친구한테 유용한 포스팅이라 했는데 유용하지 않아 ㅠㅠ.. 누가 나보다 좀 더 잘 알면 가르쳐줘요.

댓글 4개:

  1. 이런거 국립국어원에서 많음 그리고 이런 유형문제 모의고사나 수능에서 자주 나오므로 알아두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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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결말 - 2010/02/21 16:14
    국립국어원에 좋은 정보와 사례가 많더라. 그런데 나는 아무리 찾아도 '집다'와 '짚다'의 차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찾기 어렵더라. 여하튼 충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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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을 -으로, -을 -라고 문형에서는 '집다'를 쓸 수 있고 나머지 문형에는 '짚다'를 사용하는 군요. 정말 헷갈리는 부분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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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애드민 - 2010/02/28 11:58
    헉, 오히려 제가 더 배웁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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